한국보험법학회(회장 김성태 연세대 교수)는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코리안리 대회의실에서 보험판례연구회를 갖고 변액보험계약자의 과실상계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최승재 경북대 교수가 변액보험판매와 고객보호의무에 대한 주제로 서울고등법원에서 선고된 2개의 판결을 발표하고, 최수령 박사를 비롯 법학자들은 보험계약자 과실상계 유무여부를 주요쟁점으로 변액보험고객에 대한 보호의무에 관해 논의했다.
<판례1>은 보험설계사가 설명의무나 적합성 원칙을 위반하면 보험계약자가 중요사항을 잘 확인하지 않고 계약해도 이를 이유로 보험회사의 감독책임을 덜 수 없다고 판시됐다. 이는 소위 ‘획책된 과실’의 경우 보상액에서 보험계약자의 과실상계를 하지 않으며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가 요구한 보상액을 전부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판례2>는 보험설계사의 보험계약 이외의 투자계약에 대한 불법행위는 보험회사의 감독책임에 속하지 않으며 중요사항을 확인하지 않고 계약한 보험계약자의 잘못이 더 크다고 판결됐다. 따라서 판례2의 보험계약자는 보상액을 과실상계해 30%만 보상받게 된다. 이 두 판례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로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과실상계란 자기 과실에 대한 손해를 오로지 타인에게 전가하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서 피해자에게도 손해발생과 증대에 대한 책임이 있으면 배상유무 및 손해액을 정하는데 참작하는 것이다.
질의응답에서 신인식 서강대 교수는 “보험계약자의 과실상계를 인정하지 않아 보험회사가 100% 보상해야 하는 판례1보다 과실상계를 인정해 30% 보상하는 판례2가 맞다”고 주장했다.
장경환 경희대 교수는 “과실상계는 보험계약자와 보험회사 어느 쪽이 이익인가를 떠나 형평성을 위해 이루어져야 한다”며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의 과실을 이용하려고 한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과실상계를 부인하는 건 안될 일”이라고 말했다.
김성태 교수는 “엄밀하게 말해 보험회사는 불법행위자가 아니며 보험업법 102조에 근거해 보험설계사와 대위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최승재 경북대 교수는 “보험회사를 불법행위자로 규정하는 것은 법원의 고도의 판단에 의한 것”이라며 “용례상 공동불법행위라는 말은 틀린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과실상계는 실무상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며 “변액보험판매에서 보험계약자를 보호하려면 과실상계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부언했다.
최수령 박사는 “변액보험이라는 금융상품이 우리사회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가입 시 어떤 항목을 체크해야 과실상계를 당하지 않는다는 지식이 사회전반에 퍼져있는 것은 아니다”며 “보험업법이라는 단속규정을 위반한 경우 법을 위반한 보험회사와 무지·경솔한 보험계약자 중 누구의 이익을 더 보호해야하는 지 법원의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설명 : 보험법학회는 판례연구회에서 변액보험계약자의 과실상계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최승재 경북대 교수, 최수령 박사.>
